불확실성, 비확산 조약과 군축의 미래
타리크 라우프(Tariq Rauf)의 견해*
히로시마 (IDN) -8월 6일과 8월 9일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75년이 되는 날이다. 히바쿠샤(hibakusha, 생존자)를 만났거나 보았던 사람들이나 두 도시의 원폭 투하 지점을 방문한 사람들, 또는 이 두 일본 도시의 파괴된 모습을 사진으로 보았던 지각을 가진 사람들은 핵무기가 초래한 처참함에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
다행히도 현재까지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사례만이 핵무기가 전쟁에 사용된 유일한 경우이다. 그러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 폭탄 투하는 이러한 무기의 추가 사용과 확산 방지 – 그리고, 핵무장 해제가 궁극적으로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이어지는 과제 – 가 이 인류와 지구의 생존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켜 주는 예로써 작용하는 희망이 되어 왔다.
핵무기통제의붕괴
불행하게도, 지난 50년 동안 인내를 가지고 세워진 핵무기 통제 구조가 눈앞에서 무너져 감에 따라 핵무장 세계 종식에 대한 비전은 사라지고 있다. 2019년 8월 2일, 미국은 1987년 단거리 – 및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하여 – 2019년 7월, 러시아 연방에 의한 조약 준수의 잠정 중단의 전조가 되었다. 1991년 5월경, INF 조약 하에서 500 – 5500km 범위의 탄도 미사일과 크루즈 미사일 2692기- 소련의 1846기와 미국의 846기 – 가 상호 검증 하에서 제거되었으며 거의 5000발에 이르는 핵탄두가 활동적인 임무에서 제거되었다.
이로 인해 2010년 4월 8일에 서명하여 2011년 2월 5일부터 발효되기 시작한 모스크바와 워싱턴 간의 핵무기 감축 조약인 신규 전략 무기 감축 조약(뉴스타트, New START)만이 유일하게 남게 되었다. 2018년 2월 4일경, 러시아와 미국은 1550기의 책임 배치 전략 핵탄두와 700대의 (육상 및 해상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및 장거리 폭격기) 발사대의 중앙 한계에 있음을 상호 검증하였다. 실제로 2019년 7월 1일 현재, 뉴스타트 하에서 러시아는 1461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524대의 발사기를 배치했으며, 미국은 1365개의 발사대에 656개의 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연장하지 않는 한, 뉴스타트는 2021년 2월 5일에 만료된다. 뉴스타트를 연장하지 않으면, 모스크바와 워싱턴은 반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이어져온 양국의 핵무기 통제 조약을 떠나게 되어 새로운 핵무기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소비에트/러시아-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핵무기 통제는 기존의 협정을 해체할 뿐 아니라, 양측은 거의 10년 동안 새로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제 양측은 핵무기를 현대화하고 있으며 선언과 운영 정책에서도 핵무기 사용 임계치를 낮추고 있다.
또한, 1996년에 서명을 시작한 지 24년이 지나도록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CTBT)은 발효조차 되고 있지 않다. 2017년 핵 확산 방지 조약(TPNW)은 핵 억지력에 의존하는 38개국에서 불필요하게 거부되었으며, 이들은 핵무장 해제를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려는 대다수의 유엔 회원국의 노력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핵무기를 위한 핵분열물질의 검증된 생산 금지와 우주의 비 무기화에 대한 세계 조약의 협상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며, 기타 다수의 핵무장 해제 약속도 이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시에 핵에 대한 위험은 증가하고 있다.
양자 및 다자 핵무기 통제의 구조와 기초는 방금 언급한 사건인 2002년 미국의 중요한 탄도 미사일 (ABM) 조약 철회와 – 중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 및 미국과 같은 – 5개국 핵보유국이 1995/2000/2010 NPT 검토 회의의 틀에서 합의된 핵무기 감축 약속 이행을 완전히 존중하지 않음으로 인해 침식되고 있다.
미국이 EU/E3 + 3-이란 참여 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JCPOA)을 저버림으로 이란이 우라늄 농축에 대한 제약을 탈퇴하도록 한 사실 역시 중동 지역의 안보 상황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또 다른 전쟁의 전망을 높이게 되었다는 주목해야 한다.
일부 핵무기 국가들의 정책은 이제 핵무기의 선제 사용 또는 조기 사용을 상정하고 있다. 미국 국방성의 새로운 핵무기 지침인 핵 작전(Nuclear Operations, 2019년 6월 11일)에서는 “핵무기의 사용은 결정적인 결과의 조건을 형성하고 전략적 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분명히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군사 교리는 이 부분에 대해 핵무기를 초기에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슈페리어 NATO의 재래식 전력에 대응하여 “약화를 위한 강화(escalation to de-escalate)”를 계획하고 있다. 남아시아에서는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 지역 분쟁에서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
핵무기 사용에 대해 논의에서 사용되는 어휘들이 매우 편리한 단어로 세탁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불편한 현실이다. 열 핵전쟁으로 인한 파괴와 그 결과로 발생하는 인도주의적, 환경적 결과는 경시되고 핵 억제의 방부제 개념으로 대체되고 있다.
현실은 9개 핵무장 국가의 14,000기 이상의 핵탄두가 14개 국가의 100개 이상의 지역에 배치되어 있고, 핵무기 사용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으며, 130,000개 이상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도록 거의 1,400 톤(또는 1,400,000kg)에 달하는 무기 등급 우라늄과500 톤(또는 500,000kg)의 무기 사용 가능 플루토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개의 핵탄두에는 25kg이하의 고농축 우라늄과 8kg 이하의 플루토늄이 필요하다.
전직 고위층, 특히 미국 국방 장관 윌리엄 페리 (William Perry)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의 세계에서 부주의하거나 우발적이거나 고의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위험이 냉전 시기보다 더욱 증가했다고 지적하는 견해는 그리 놀랍지 않다. 1987년 12월, “핵전쟁은이길 수 없다, 결코 싸워서는 안 된다”고 했던 고르바초프 – 레이건의 이해는 이제 더 이상 오늘날의 지도자와 핵전쟁 계획가들의 마음의 최전선에 자리 잡고 있지 않다. 올해, 핵 과학자 협의회(Atomic Scientists)는 (핵전쟁의 재앙이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가리키는) 시계를 자정에서 100초 전으로 설정하여, 현재 세계가 냉전 시대의 어느 해보다 재앙에 더욱 가까워졌음을 시사했다.
1990년대 초반, 냉전이 종식되고 국제 안보에서 핵의 역할을 줄이겠다는 약속이 있었고, 1995년에는 핵확산 방지 조약(NPT)가 무기한 연장되었으며,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CTBT)가 1996년에 완료되고, 5개 핵보유국들이 핵무기 제거에 대하여 “분명한 조치(unequivocal undertaking)”를 취하기로 하고 2000년과 2010 NPT 검토 회의에서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행동 계획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던 이후, 왜 우리는 이러한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는가?
주된 이유는 NPT 핵무기 국가들이 핵무기 비확산 조약 (NPT) 조약과 1995/2000/2010 검토 회의에 따라 합의된 핵무장 해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미국은 냉전 시대의 80%에 해당하는 핵무기를 감축했다고 주장했으나, 양국은 그들이 보유한 핵무기를 현대화하여 핵전쟁의 문턱을 낮추고, 작전 상황에서 투입 준비를 완료한 핵탄두를 1000기 이상 보유하고 있는 현실이다.
[핵무기해제]/무장해제를 위한환경조성?
NPT는 2020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하게 되나, 이미 올해의 중요한 NPT 검토 회의가 곧 실패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NPT가 주장하는 핵무기 해제로 돌아오기에는 이제 세계는 여러 가지 다른 접근법의 경쟁으로 이미 혼잡해진 실정이다. 비동맹 운동(NAM, Non-Aligned Movement)이라는 NPT 국가는 “구성 요소(building blocks)”를 원하는 핵 비확산 및 군축 지도자(NPDI)라는 교차 절단 국가들에 의해 약간 수정된 “단계적 접근법(step-by-step)”을 선호하는 서방 국가의 입장과는 대조적으로 3단계 시간제한 “행동 계획”을 선호한다. 또 다른 그룹인 신규 아젠다 연합(NAC)을 지지하는 국가들은 “핵무기 해제 추진(taking forward nuclear disarmament)” 접근법을 지원한다. 스웨덴은“디딤돌(stepping stones)” 전략을 제안했다. 미국은“핵 군축을 위한 환경 조성(CEND)”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다양한 접근 방식은 준비 위원회의 2018-2019 세션에서 충돌했으며 이러한 경쟁적인 견해는 2020 NPT 검토회의에서도 재현될 전망이다 – 이것이 바로 NPT 50주년의 현실인 것이다.
무지개, 나비, 그리고 유니콘
미국은 두 차례의 CEND 회의를 개최했으며, 세 번째 회의는 4월 초로 예정되어 있다. 많은 외교관들은 미국의 초청을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회의에 참가했으며, 회의적인 사람들도 소외되지 않기 위해 참가했고, 일부의 경우에는 NPT를 구하기 위하여 “신의 보내심을 받은” CEND의 약속에 세뇌된 충성스러운 마음으로 참가했다.
CEND 접근법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이 계획이 핵무장 해제에 대한 “환경”과“조건”에 대한 초점과 책임을 핵무기에서 비 핵무기국으로 이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현재 공식화된 CEND의 접근법은 “무장 해제를 하지 않기 위한 조건 생성”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 이는 이미 자료나 (저수율) 핵무기의 조기 사용 운영 원칙에 핵무장 해제 약속의 이행을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CEND 접근법은 현재 환경이 핵무장 해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은 – NPT를 포함한 – 냉전 불신의 절정기에 많은 중요한 다자간 및 양자 핵무기 통제 및 군축 조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기억 상실에 불과하다!
따라서, CEND의 접근법은 “무지개와 나비, 유니콘을 꿈꾸고 마법처럼 보이면서 새로운 핵무기 통제 세계로 이어지는 요정의 가루를 뿌리는” 행위에 기반하고 있다고 규정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한 미국 고위 관리는 최근 NPT의 틀에서 핵무장을 해제하도록 지지하는 사람들은 “어두운 전구(dim bulbs)”, 즉 심하게 어리석은 사람이며, 그들의 태도는 “어리석음과 광기의 혼합”이라고 규정했다. 담화 수준이 이토록 저열하거나 공개적인 모욕의 남용으로 추락한 적은 결코 없었다! 고위 관리들이 명백히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담화의 수준이 이토록 추락한다면, 앞으로 두 달 후에 열릴 NPT 검토 회의에서 핵무장 국가와 비핵무장 국가 사이의 공통분모를 이끌어낼 가능성이란 명백히 불투명한 것이다.
CEND가 접근하고 있는 “무지개, 나비, 그리고 유니콘”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은 핵 파괴의 위험으로부터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길이 아니다! NPT의 틀에서 핵무장 해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야말로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50주년을 맞는 NPT: 2020년 뉴욕에서 2021년 비엔나로
코로나바이러스 질병(COVID-19)이 세계적 전염병으로 변모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일부 군 관리 공무원도 평정심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지는 않았는가? 따라서, 현재까지는 올해 4월 27일부터 5월 22일까지 뉴욕에서 열리기로 올해의 NPT 50주년 검토 회의를 진지하게 내년(2021)으로 연기하여 – 글로벌 컨퍼런스의 역사적인 도시인 – 비엔나 (오스트리아)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핵무장 해제 문제의 심의는 문명화된 안전한 장소에서, 보다 침착한 정신으로, 바라기는 정치적 부담이 덜한 환경에서 심의되어야 한다.
핵무기가 없는 세계는 여전히 먼 목표로 남아 있으며, 이 도시를 방문하는 동안에는 교황 프랜시스의 부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교황은 원자 폭탄의 사용과 소지가 “비도덕적” 범죄이며 위험한 폐기물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 11월) 히로시마를 방문한 교황의 애도를 회상해 보자. “무서운 새 전쟁 무기를 만들면서 어떻게 평화에 대해 말할 수 있습니까? 갈등 해결을 위한 합법적인 수단으로 핵전쟁의 위협을 지속적으로 들먹이면서 어떻게 평화를 제안할 수 있습니까? 고통의 심연을 감내하고 있는 바로 여기가 우리로 하여금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에 대하여 다시금 상기시켜 주기를 바랍니다.”
* 타리크 라우프(Tariq Rauf)는 비엔나 국제 원자력 기구(IAEA)의 핵 검증 및 보안 정책 전 책임자이며 핵 확산 금지 조약 (NPT)의 IAEA 전 교체 대표이다. [IDN-InDepthNews – 27 February 2020]
UNITAR 히로시마 사무소 사진 제공.